이창동 감독과 함께 '시'를 만든 이동하 프로듀서는 말한다. “와이드 릴리스에 적합한 영화만 환영받는 환경이다. 지금 영화계는 확실히 몸에 안 좋은 증상이 있는 환자와 같다.” 세계적인 경제 위축으로 상업적인 가치가 조금이라도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영화는 제작과 배급이 모두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영화적 가치를 갖는 영화를 만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상용 영화평론가도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 외에 가능성과 잠재성을 가진 영화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보이는 현상이다”라고 방점을 찍었다. 반면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이창동 감독처럼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견고한 중소 상업 영화가 실종된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제작자로서의 입장차가 다분히 드러난다.

사실 흔히 예술 영화로 일컬어지는 이 ‘어떤 영화’가 최근 국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적도 있다. 영진위의 ‘2009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은 예술 영화로 인정받은 작품의 편수가 작년 153편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관객 수 역시 704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는 “다양성 영화의 승리”라는 표현까지 했다.

그러나 '워낭소리'(2009) 등 극소수 영화의 흥행 덕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늘어난 수치만을 갖고 형편이 나아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유운성 영화평론가처럼 “적어도 아직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란 낙관도 어떤 의미에서는 가능하지만, “영화제를 제외하면 그런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점점 축소돼” 가는 현실을 근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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