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지난 23일 저녁 7시15분(이하 현지 시각) 칸 드뷔시극장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각종 수상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의 '시'는 각본상을 받는 데 그쳤다. 올해 황금종려상은 독특한 영화 미학을 전개해 온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전생을 볼 수 있는 분미 삼촌'에게 돌아갔다. 일반 관객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감독은 그간 국내에서도 유수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주목받았다.

우선 '시'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반응은 “아쉽다”는 게 중론이다. 작은 아파트에서 손자와 단둘이 사는 60대 여성 미자가 시 창작에 도전하며 겪는 이 예기치 못한 비극은 지난 19일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열린 갈라 프리미어에서 5분 이상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호평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은 2007년 '밀양'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기기도 했다.

앞서 국내에서 “'시'는 이창동 감독의 최고작”이란 평가가 줄을 이었기에, 올해는 칸 황금종려상까지 노려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각본상에 '시'가 호명됐을 때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시상식 이후 이창동 감독은 제작사 파인하우스필름을 통해 “칸 시사 후 윤정희 선생님이 여우주연상을 탈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결과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인정받아 기쁘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응원하고 격려해 준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한 “차기작 연출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 준 기회”라며 의연한 속내를 내비쳤다. 다소곳한 모습으로 이창동 감독의 옆자리를 지킨 윤정희는 “참 기쁘다”고 운을 뗀 뒤 “수상 자체도 기쁘지만, 르 몽드,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유력 일간지가 평론가 리뷰에서 '시'에 대해 극찬한 것을 가족과 함께 보며 뿌듯했다”고 벅찬 감회를 밝혔다(르 몽드는 20일 리뷰에서 “'시'는 꼭 두 눈으로 봐야 하는 대담한 영화다. 한 눈으로 인간의 최악을, 다른 한 눈으로 그 반대의 최상을 봐야 한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은 우리에게 제3의 눈으로 마지막을 보라고 권한다”며 “주인공 미자가 보여준 모든 것은 윤정희 덕분에 가능했다”고 극찬했다).

이번 수상으로 '시'의 부진한 국내 흥행 성적도 다소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지난 주말 이틀간 8,327명을 동원하며 전 주말보다 1,000명가량 늘어난 관객수를 보였다. 23일까지 131개였던 상영관이 153개로 늘어났고, 칸영화제 수상 이후 관객의 관심도 높아진 실정이라 향후 박스오피스 호조를 점쳐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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