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블레이크 모리슨의 자전적 소설 영화화
짐 브로드벤트의 관록, 콜린 퍼스의 진솔한 연기 돋보여

**감독 아넌드 터커/수입 ㈜소나무픽쳐스/91min/12세관람가/영국, 아일랜드**

[JTN뉴스 현화영 기자] 흔히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들은 부모님을 이미 떠나보낸 이들에게는 그리움을, 아직 부모님과 함께하는 이들에게는 앞으로 겪게 될 일에 대한 대비책을 선사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런 소재의 가족영화들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영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는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블레이크 모리슨의 자전적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 작품은 유년 시절 증오의 대상이던 아버지를 암으로 떠나보내는 아들의 복잡한 감정들을 플래시백을 사용해 덤덤히 그려나간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강점은 ‘진솔함’에 있다. 작가가 실제 경험했던 일들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누구나 아버지에 대해 한 번쯤은 느꼈을 법한 보편적인 감정들을 하나하나 펼쳐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아들 ‘블레이크’(콜린 퍼스)의 눈에 비쳐졌던 아버지 ‘아서’(짐 브로드벤트)의 모습은 포악하고 세속적이며 치졸한 인간이다.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과 가족이 우선이고, 어머니를 두고 다른 여자들에게 눈길을 주기 일쑤인.

하지만 블레이크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간 고향집에서 갖가지 유년 시절의 추억과 맞닥뜨리며,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을 다시 되새겨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일까. 호흡을 멈추기 전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진짜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때를 말이다.

영화가 인물들의 감정선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기에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오롯이 빛난다. 짐 브로드벤트는 괴팍하고 독특한 성격이지만 내면에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찬 아버지 역을 맡아 관록의 연기를 펼쳤다.

영국 출신 베테랑 연기자 콜린 퍼스의 절제된 연기 또한 눈길을 끈다. 영화 속 관찰자인 그는 아버지를 회상하며 그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아들의 심리변화를 덤덤하게 표현해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이 시대 부자(父子)들의 이야기. 영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는 오는 5월27일 국내 개봉한다.

현화영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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