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이기동 체육관' ⓒJTN뉴스 [사진=유승관 기자]

국내 최초 본격 복싱 연극...상처-꿈-화해-새로운 출발 그리고 감동

[JTN뉴스 윤보라 기자] 누구나 가슴 속에 꿈을 품고 살아가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꿈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젊은 날을 열정적으로 불태웠던 사람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현실과 타협하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갖고 있는 상처 때문에 포기하기도 한다.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이 꿈꾸었던 인생인지, 젊은 날의 꿈과 열정이 사라진 건 아닌지, 한 번 쯤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소극장 모시는사람들에서 열린 연극 '이기동 체육관' 프레스콜에서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열정과 꿈, 희망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졌다.

과거 전성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비인기 스포츠로 전락한 '복싱'을 소재로 한 연극 '이기동 체육관'은 관객들이 잊고 살았던 가슴 속 열정을 다시 일깨워주는 작품.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 누구도 특별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크고 작은 상처와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곧 나와 내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80년대 최고의 권투 선수였지만 갑작스런 은퇴와 아들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삼양체육관'의 이기동 관장,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이기동에게 권투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 만년 시간강사 이기동, 다이어트를 위해 권투를 하는 노처녀, 친구들에게 맞기 싫어서 권투를 배우는 여고생, 상사의 전화 한 통에 덜덜 떠는 직장인,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권투를 하는 관장의 딸.

자신의 삶에 변화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삶을 변화시키려 하는 그들은 '정직한 스포츠' 권투를 통해 땀을 흘리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또 자신의 상처와 콤플렉스를 극복해 나가면서 서로를 보듬어 안는다.

특히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상처와 콤플렉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졌고, 그 따뜻함이 그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작용하면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감싼다.

연극 '이기동 체육관'은 자칫 심각하거나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등장인물들의 개성있는 캐릭터와 웃음을 유발하는 에피소드로 경쾌하게 끌고 간다.

갑자기 체육관에 나타나 난동을 부리는 열혈 여고생, 삶은 계란에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키는 코치, 동네 불량배들에게 맞고 다니는 소심한 남자, 평소 모습과 달리 상사에게 전화만 오면 쩔쩔매는 직장인 등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복싱을 소재로 한 연극답게 배우들의 실감나는 권투 실력과 탄탄한 연기력, 특히 그들이 작품의 마지막에 다함께 등장해 줄넘기를 하는 신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다.

새로운 인생을 향해 날리는 한 방은 그들의 정신적 성장과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고, 관객들 가슴 속에 잠자고 있던 열정을 깨운다.

이 작품의 작가와 연출을 맡은 손효원 감독은 "한 물 간 스포츠 권투를 통해 우리들 마음 속 어딘가에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확인하고 싶은 열정을 일깨우고 싶었다"며 "작품 속 권투는 주눅들어있는 스스로를 향해 펀치를 던지는 것이고, 이것은 우리 스스로를 재생산해 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싱체육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무대와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합체 로봇, 멈춰있는 시계, 죽은 관장 아들의 피아노 등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이기동이 준 글러브를 간직한 채 하고 싶었던 권투를 배우기 위해 '이기동 체육관'을 찾은 청년 이기동. 그가 보여주는 꿈에 대한 열정과 그로 인해 찾은 행복은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임을 일깨워주고, 가슴 속에 숨겨둔 젊은 날의 열정을 다시 꺼내어 보라고 말한다.

또 아들을 잃은 상처와 권투선수로서의 고통을 알기에 딸의 프로복서 데뷔를 말리는 이기동 관장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딸의 꿈과 열정을 이해하고, 용서와 화해를 통해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을 보여준다.

경쾌하고 코믹함이 돋보이면서도 그 안에 녹아있는 메시지로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할 연극 '이기동 체육관'은 1일부터 5월9일까지 서울 혜화동 소극장 모시는사람들에서 공연된다.

□ 공연명 : 연극 '이기동 체육관'
□ 기간 : 2010년 4월1일~ 2010년 5월9일
□ 장소 : 서울 혜화동 소극장 모시는사람들
□ 제작 : 극단 모시는사람들
□ 공연문의 : (주)이다 엔터테인먼트 02-762-0010

윤보라 bora@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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