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변신한 가수 박준희. ⓒJTN뉴스 [사진=유승관 기자]

‘눈 감아 봐도’를 부른 90년대 하이틴 스타

“음악지망생들에게 지침되는 시리즈 발간이 목표”

[JTN뉴스 현화영 기자] 1990년대 초 ‘눈 감아 봐도’라는 노래로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하이틴 가수가 있다.

지금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가수 박준희(35). 너무 어린 나이에 가요계에 데뷔해 감당키 어려운 대중의 인기와 외면으로 한때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 노력하다보니 이제는 자신의 이름 앞에 ‘작가’란 두 글자를 당당히 새기게 됐다.

얼마 전 자신의 첫 책 ‘음악 또라이들’(국일미디어)를 내고 다시 세상 앞에 선 그녀는 “음악활동을 쉬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했다”며 밝게 웃었다.

지난해에는 반려자인 작사가 홍지유 씨를 만나 신혼의 단꿈에도 젖어있다. “앞으로 가수로 대중 앞에 서기보다는 꾸준히 집필활동을 하며 작가로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멋진 포부를 가진 그를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박준희와 나눈 책과 음악, 그리고 인생 이야기.

#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학창시절부터 가수 아니면 작가가 되고 싶었죠. 그 때는 두 가지 꿈이 너무 분명해 결코 이루지 못할 거란 두려움 따위도 없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실컷 노래를 부르거나 생각들을 습작노트에 적는 일은 제 일상 자체였죠.”

솔로가수 생활을 청산하고 박준희는 1996년 김송, 김영완과 그룹 콜라를 결성, 또 한 번 인기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노래를 하는 가수가 되고 싶지 춤을 추는 가수가 되고 싶지 않았던 박준희는 돌연 1년 후 그룹을 탈퇴, 늦은 나이지만 서일대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갔다. 어린 시절의 또 다른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한때 연예인이었다는 경력 하나로 무작정 책을 내기 보다는 많은 공부와 경험을 하고 난 뒤 제대로 된 책을 쓰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제가 가수활동을 그만뒀다고 해서 쉬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 그동안 단 하루도 쉰 적이 없었죠.(웃음)”

공부가 더 하고 싶어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다시 다닌 그는 추계예술대학에서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보컬 레슨, 인터넷 방송국 PD, 시나리오 집필 등 많은 일들을 해왔다. 드렁큰 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난 널 원해’ 피쳐링, 영화 ‘싱글즈’ OST에도 참여하는 등 간간이 음악활동도 이어왔다.

# 소중한 나의 첫 책...‘음악 또라이들’

박준희는 지난 2월26일 자신의 첫 책인 ‘음악 또라이들’(국일미디어)를 발간했다. 가요계를 떠나고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쓸 때는 아니라며 그가 존경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하나로 묶었다.

“다른 선배들의 성공담이나 좌절담을 하나로 엮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또라이들’이란 제목이 다소 강하긴 하지만 선배님들도 결코 기분 나빠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정하게 됐습니다.”

‘음악 또라이들’은 김태원, 윤일상, 현진영, 박미경 등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뮤지션들의 삶을 1인칭 시점에서 들여다본 책이다. 누구나 다 알지만 깊이 있게는 알지는 못하는 그들의 고뇌어린 삶이 그대로 투영돼 많은 울림을 선사한다.

“현재의 인기에 영합해 유명 가수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낸 ‘제 스스로가 존경할 만한’ 선배님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죠. 앞으로 음악인이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그보다 더 좋은 교과서는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그의 책에는 마치 뮤지션들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생생한 감정이 느껴진다. 전직 가수였다는 타이틀과 자존심을 다 벗어던진 채 ‘인터뷰어’로서 다시 태어난 그의 열정이 빛을 발한 듯하다.

책의 주인공이 된 한 가수는 책을 읽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며 박준희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다른 사람의 다이내믹한 삶을 인터뷰하고 글을 썼을 때 스스로 희열을 느낀다는 박준희는 앞으로 작가 뿐 아니라 전문 카운슬러가 되고 싶은 소망도 전했다.

“앞으로 이 책에 나온 가수들 외에도 다른 가수들, 또는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시리즈화’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1년에 1권씩 내다 보면 10년 후면 10권이 되겠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롯이 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 좌절은 희망의 또 다른 이름

고2때 가요계에 데뷔해 이른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박준희. 그는 당시 소속사 문제로 2년간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2년 동안 거의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어요. 대인기피증에 걸려 단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죠.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치르다보니 갑작스러운 공허함에 괴로웠죠. 지금의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도 많이 들어요. 몇년 후 방에 틀어박혀 울고 있을지도 모를 그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하죠.”

박준희는 인기가 없어진 후 그들이 겪을 고통을 앞서 체험해봤기에 그들에게 힘을 주고 어떻게 극복하는지 카운슬링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앞으로 책 속에서 자신이 담아야할 내용 또한 그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내 책이 후배 가수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이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꿈은 계속 꿔야하니, 지금 해야 되는 것들에 대한 조언도 함께 해주고 싶네요.”

박준희는 앞으로는 가수로 대중 앞에서 설 일을 없을 거라며 못 박았다. 교수로, 작가로 살아가는 게 더 행복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작년 유명 작사가인 홍지유 씨와 결혼한 그는 한창 신혼의 재미에 빠져있기도 하다.

“남편이 음악을 하고 있고, 저 또한 학교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는데 음악과 완전히 연을 끊었다고 보긴 어렵겠죠. 다만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보다 작가로 독자들을 만나는 게 더 행복합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어쩌면 저리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한때 힘든 시기를 겪었기에 인생을 멋지게 사는 법 또한 빨리 터득한 듯 박준희는 그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오랜 고통 끝에 아름다운 빛깔을 내뿜는 진주와도 같은 사람. 많은 제자들과 후배 음악인들에게 정신적인 멘토로서 인정받는 날이 머지않은 듯 보였다. 1년에 한 번씩은 책을 내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꼭 이뤄지길 기원해본다 **

현화영 young@jtn.co.kr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jtn.co.kr

<ⓒ 1+α 문화미디어 JTN뉴스(www.jtn.co.kr) 무단전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