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의 장례의식 행하지 말라" 유언...다비식은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

[JTN뉴스 윤보라 기자] 법정(法頂)스님이 11일 오후 1시51분께 자신이 창건한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55세. 세수 78세.

산문집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스님은 지난 2007년부터 폐암으로 투병해왔다.

올 들어 병세가 악화되면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었던 법정스님은 입적 직전인 11일 낮 길상사로 옮겼다.

법정스님은 입적 전날인 10일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하겠다"며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번거롭고 부질없고 많은 사람들에게 수고만 끼치는 일체의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라"며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갈 것이다"라고 유언을 남겼다.

아울러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마라"며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을 것이니 나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조계종과 법정스님의 출가본사인 송광사, 법정스님이 창건한 길상사 등은 장례절차를 논의한 결과 "일체의 장례의식을 거행하지 말라"는 법정스님의 평소의 말에 따라 별다른 장례행사는 치르지 않고 13일 오전 11시 송광사에서 다비식을 거행한다. 조화나 부의금도 받지 않기로 했다.

다비식은 송광사 문중의 다비준비위원회(위원장 진화스님)가 맡아 진행하며, 분향소는 성북동 길상사, 순천 송광사, 송광사 불일암 등 세 곳에 간소하게 마련될 예정이다.

산문집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스님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 '말과 침묵', '산방한담', '텅빈 충만', '물소리 바람소리', '버리고 떠나기', '인도 기행',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그물에 걸지 않는 바람처럼','산에는 꽃이 피네', '오두막 편지'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스승을 찾아서' 등이 있다.

법정스님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의식한 듯 2008년 11월에는 길상사 소식지에 실었던 수필들을 모아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를 출간했고, 지난해 6월과 11월에는 2003년부터 했던 법문을 묶은 첫 법문집 '일기일회'와 두 번째 법문집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을 냈다.

이달 들어서는 평소 법회 등에서 언급한 책 중 50권을 골라 소개한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을 냈다.

윤보라 bora@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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