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촬영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안티글 보며 심기일전”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에 출연한 비(본명 정지훈.27)가 “힘들 때마다 안티글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비는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닌자 어쌔신’ 아시아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국에서 힘든 촬영을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극중 세계 최고의 닌자 ‘라이조’ 역을 맡아 고난도 액션연기를 펼친 그는 지난 8개월간의 수련과정과 촬영기간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이에 그는 “아침마다 나에 대한 오해를 담은 왜곡된 기사와 글들을 스크랩해놓은 것을 읽으며 ‘혹여 실패할지언정 그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마음속에 수도 없이 되뇌었다”고 말했다.

그가 항상 그리워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온 어머니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밤 12시에 잠이 드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왔다는 그는 “어머니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오셨고, 다음날 장사 준비를 하시느라 새벽 1~2시에 잠이 드시곤 하셨다”면서 “다시 초심으로, 배고팠던 시절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스태프들의 냉정한 평가도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할리우드 대표급 무술감독들과 작업한 비는 “트레이닝 코치가 맷 데이먼이나 브래드 피트 등 자신이 가르쳤던 배우들 중 내가 가장 못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면서 “그 말에 충격을 받아 액션 영화를 일일이 보면서 모션을 춤처럼 외웠다”고 말했다.

첫 할리우드 주연작인 ‘닌자 어쌔신’의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국내외 많은 취재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약간은 긴장된 모습으로 인터뷰에 참석한 비는 오는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월드프리미어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비 아시아 기자회견 일문일답-후반부)

- 너무나 독특해 잊을 수 없는 남성 혹은 여성팬이 있나.

▲ 태국 공연을 할 때였는데 아주 예쁜 드레스에 몸매를 지닌 팬이 다가왔다. 알고 보니 남자분인데 여성 복장을 하고 있던 것. 무척 특이한 팬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내게 첫 팬레터와 선물을 줬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다. 직접 인형을 만들어줬었는데 아직도 집에 있다. 누구나 연애에 대한 첫 경험은 잊지 못하듯이 나도 그 팬이 기억에 남는다.

- 극중 잔인한 장면들이 많은데 소년적인 이미지를 좋아하는 팬들은 충격을 받을 것 같다.

▲ 평소 이런 영화를 자주 본다. 영화를 찍기 시작할 때부터 워쇼스키 형제가 팝스타로서의 비, 인간 정지훈은 잊으라고 주문했다. “당신은 격투기 선수이며 킬러”라고. 8개월간 그렇게 산 것 같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이길 것 같고,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격투기 대회에 나가야 될 것 같았다.(웃음) 영화가 ‘19금’이라 소녀팬들은 안 보게 돼 다행이다. 대신 남성팬이 많이 생길 거라 기대한다. 여성들도 이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가수나 인간 정지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모습이 아니어서 만족했다.

- 촬영중 현지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은 기억은?

▲ 혹독한 평가는 많았다. 나에 대한 칭찬은 오늘 메이킹 영상으로만 봤을 뿐이다. 이제 채드와 데이브 등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대부분을 담당해온 스턴트팀은 내게 있어 가족과도 같다. 그들의 현실적인 충고 덕에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



- 영화를 찍으면서 인간적으로 한계를 느낀 적은.

▲ 언제나 다시 한국, 아시아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나’ 수도 없이 질문을 던진 것 같다. 하지만 4년 전 좋은 스태프들과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작품을 해보이겠다고 팬들과 약속했던 것 때문에 돌아갈 수 없었다. 두 번째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현지 스태프들이 굉장히 약 올렸다. 역기 100Kg 짜리를 들어보여도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등 다 지도해봤지만 당신이 제일 못하는 것 같다”고 빈정거리기 일쑤였다. 나중에는 모션을 직접 찍어 보기도 하고, 수많은 액션 영화와 비교해보기도 했다.

전설이 된 이소룡이나 성룡 영화들을 보며 나는 그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자존심 때문에 진짜 열심히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리 스크랩해 놓은 것들, 나에 대한 왜곡된 기사들을 보면서 마음속에 되뇌었다. 미국에 진출한다고 했으니 말 뿐 아니라 실패할지언정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 영화에 대한 열정에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했나.

▲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8개월 내내 트레이닝 기간동안 아침 7시에 나가서 오후 10시에 집에 들어와 레슨을 받고 자정에 잠이 드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돌아가신 어머니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자정이 넘어 들어오시고 다음날 일을 준비하시느라 새벽 1~2시에야 주무셨다. ‘내가 배가 불렀구나.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처음 미국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아시아 배우의 성공가능성은 10% 미만이라고 말하곤 했다.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 밥 잘 먹고 헤어지지만 그 다음날은 연락이 없었다.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를 만나고 조엘 실버 감독과도 작업을 하게 되니 모든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이 날 알아봐준다.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 3번 있었다면 박진영 씨를 만난 순간, 워쇼스키 형제를 만난 순간, 그리고 ‘닌자 어쌔신’의 주연 제의를 받은 순간이다. 나만의 작품이기 때문에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흥행이 되든 안 되든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고, 선후배님들께도 기회를 줄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출연한 작품이 단 하루라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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