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뮤지컬 원조의 저력...무대를 통해 직접 확인 해보자

[JTN뉴스 윤하나 객원기자] 스테디셀러 창작 뮤지컬 ‘빨래’가 지난 10월 16일 16차 프로덕션에 돌입, 다시금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금은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로 인정받는 추민수 연출이 처음 이 뮤지컬을 제작한 시기는 지난 2003년.

당시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제작됐던 ‘빨래’는 이제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성장했다.

상업성 공연이 아니기에 가능했던 공연에 대한 열정과 사회를 바라보는 젊고 날카로운 시선이 덤덤하게 묻어있는 소박한 매력의 이 작품은 한번만 들어도 친숙한 아름다운 음악과 다양한 인간상을 대표하는 특색있는 캐릭터, 여기에 물 흐르듯 연결되는 매력 있는 드라마까지. 솔직히 대학생의 졸업 작품 이었다고 하기엔 너무나 완벽한 매력을 뽐낸다.

그 매력을 놓칠 리 없는 까다로운 관객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며, 졸업 작품을 가다듬어 내놓은 2005년 초연 이후, 9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빨래’는 지금까지 3,000회에 가까운 공연 횟수를 기록하며 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

9년이라는 시간동안 빨래에 출연한 배우만 하더라도 약 120명.

지금까지 이 매력 있는 뮤지컬을 거쳐간 탄탄한 대학로 대표 배우들 역시 한 둘이 아니다.

홍광호, 정문성, 김재범, 성두섭 등 공연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가수 겸 영화배우 임창정까지 쟁쟁한 별들이 함께한 ‘빨래’는 대학로에서 연기 좀 한다하는 배우들 이라면 한번쯤은 꼭 해 보고 싶다는 작품 1위 이기도 하다.

그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16차 오디션의 총 지원자는 약 1100명. 그 중 12명의 배우가 최종 오디션에 합격했다.

특히 새로운 솔롱고와 나영은 약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됐다고 하니 작품선정이 까다로운 배우들의 날카로운 눈에까지 이 작품의 매력은 충분했나 보다.

이렇게 여러모로 매력을 풀풀 뽐내는 공연이다 보니 하나하나 이 작품이 만들어 놓은 기록과 매력을 나열하는 것은 어찌 보면 시간 낭비다.

‘빨래’ 진면목은 이런 리뷰 글이 아닌 무대 위에서 제대로 빛을 낸다.

시골에서 꿈을 가지고 상경했지만 몇 해째 자리도 못 잡고 서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나영은 버리지도 못하는 미련덩어리 같은 짐들을 들고 달동네를 전전하는 외로운 청춘이다.

시골 엄마의 손맛 나는 동치미 한 그릇을 그리워하며 이뤄놓은 것 없는 시간들에 치이던 그녀는 어느 날 돈을 벌기위해 한국으로 온 불법 체류자 신세에 솔롱고를 만난다.

아무리 열심히 일 해봐도 자신의 처지 덕에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돈을 떼이는 솔롱고는 힘들지만 코리아 드림을 포기하지 않는다.

젊은 만큼 외롭고,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불안한 미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이 둘을 중심으로 달동네 평범한 서민들의 팍팍한 인생살이와 웃음, 눈물을 그려낸다.

뮤지컬 '빨래'가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기에 가능한 정서적인 공감과 외면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을 통한 위로의 메시지라 하겠다.

이 공연은 확실히 재미있다. 좋은 음악에 좋은 스토리, 좋은 배우들까지 한데 뭉쳐 만들어내는 완벽한 하모니는 공연을 보는 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관객들을 끌어당기며 보는 이들의 감정까지 함께 쏟아내게 한다.

실제로 공연장 구석구석 터지는 웃음소리와 훌쩍이는 소리에서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통해 위로를 받는지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부당 해고,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 등 사회 문제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위로와 재미까지 함께 하다니. 과연 백점짜리 공연 아닌가.

다만 이토록 칭찬을 아낄 수 없는 작품임에도 이번 공연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창작 뮤지컬로 10년을 버틸 수 있던 힘이 '빨래'를 아끼고 사랑해준 관객들의 덕분 이기에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고맙습니다, 빨래’라는 부제까지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공연이 대학로 공연 치고는 관객들에게 조금 빡빡하다는 것 이었다.

우선 공연시작 전 기념사진 촬영이 허가되지 않는다. 대형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흔한 일이나 가족들과 앉아 웃는 모습을 찍는 것도 무대가 배경이면 제지되는 등 대학로 에서는 자주 보는 모습이 아니라 실수하는 관객들이 있을 듯 하니 미리 알아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

또 공연 후 배우들이 관객들과 인사를 하러 나올 때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기자가 공연을 관람한 당시에도 한 배우가 이전 작품부터 얼굴을 봤던 반가운 관객을 만나 사진 촬영을 허가 하였으나, 공연장 관계자가 배우를 막아서는 등 이러한 모습은 상황을 접한 사람 역시 사진을 찍으려고 한 배우나 관객 만큼이나 민망했다.

이렇듯 조금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미워 할래야 미워 할수 없는 힐링 뮤지컬의 원조공연 '빨래'.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들의 매력이 더해지는 웰 메이드 창작뮤지컬 ‘빨래’ 16차 프로덕션은 아트센터 K 네모극장에서 2015년 5월 31일(일)까지 계속된다.

JTN 윤하나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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