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따뜻한 희망을 노래하다

[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요즘 극장가는 영화 ‘비긴어게인’의 이례적인 열풍에 휩싸여 있다.

전작 ‘원스’에 이어 감독인 존 카니 감독은 이번에도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재 영화 ‘비긴어게인’은 주요 영화관에서 예매순위 1위를 거머쥐며 개봉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관객들의 찬사 어린 입소문을 통해 오히려 무시무시한 상승세로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이 이례적인 흥행돌풍은 이 작품이 지닌 주옥 같은 음악과 이를 통해 전달되는 드라마가 동시대의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바가 상당히 컸음을 시사한다.

뉴욕이라는 도시, 어느 누군가에게는 꿈과 낭만의 도시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독하고 절망적인 이 도시의 어느 라이브 바에서 왕년의 스타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 분)과 숨은 진주처럼 놀라운, 그러나 다듬어지지 않은 재능을 가진 여성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는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도시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비참함에 신음하던 그들은 이 만남을 통해 다시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고, 음악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위안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감동을 주었던 데에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존 카니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과 더불어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마룬5’ 애덤 리바인 등 주연 배우들의 호연이 큰 몫을 담당한다.

특히 영화의 첫 장면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믿었던 사랑에 배신당하고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은 그와 그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두 사람의 각기 다른 관점에서 플래시백으로 각각 보여준 것.

이는 어떤 만남의 순간이 그들 각자의 과거와 과거가 만나며 순간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이자, 동시에 각자의 인생이 품고 있는 사연과 사연이 만나는 순간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두 주인공이 앨범을 제작하며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화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나가는 과정들은 관객들 각자의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인생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새삼 꺼내 보게 만든다.

이 때, 사랑인 듯, 사랑이 아닌 듯한 등장인물 간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선이 대사가 아닌 배우들의 눈빛, 몸짓 등으로 함축적으로 전달되는데, 이러한 섬세한 감정의 결이 보는 사람에 따라 영화의 의미와 해석을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주옥 같은 음악이다.

단순히 배경음악으로서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서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뮤지컬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곡, 도시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노래로 ‘댄’과 ‘그레타’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끌어낸 ‘a step you can’t take back’이나 ‘그레타’가 술먹고 취한 끝에 가사를 쓰고 즉흥적으로 만든 노래 ‘like a fool’ 같은 노래들은 헤어진 연인에게 술 먹고 전화하고는 하던 날 것 그대로의 우리들 모습처럼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그레타’와 그녀의 연인 ‘데이브’의 메인테마라고 할 수 있는 ‘lost star’(길 잃은 별)는 그 자체로 시적이고 아름다운 가사, 멜로디의 곡이다. 동시에 ‘그레타’와 ‘데이브’의 소중한 사랑의 추억과 지금은 잃어버린 사랑의 상실감을 잘 담아내고 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콘서트 장에서 그녀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데이브’가 절실함을 담아 노래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큰 감동을 선사하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현실을 담고 있는 동시에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관객들로 하여금 희망을 품고 마음껏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점이다.

음악적인 재능이나 개성보다 자본에 의해 철저히 기획되어 만들어지는 뮤지션들 일색인 현재 우리 음반 산업 속에서,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아티스트와 왕년의 영광은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음반 프로듀서의 조합은 묘하게 잘 어울리는 동시에 의미심장하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환영하지 못하는 그들이 자본 없이도 그들 자신의 색깔이 담긴 개성적인 앨범을 만들어내고, 이례적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행복한 여정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흐뭇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센트럴파크’,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워싱턴스퀘어파크’, ‘타임스스퀘어’, ‘브로드웨이’의 거리, ‘뉴욕 메트로’ 승강장, ‘할렘’의 뒷골목 등등 영화 속에서 무대가 되는 뉴욕이라는 도시는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고 정겨운 동시에 어느 누군가에게 낭만적인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매력만점의 장소이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공간이 갖는 낭만적인 분위기와 느낌들이 영화 속 음악과 함께 살아 숨쉬듯 어울려 무척이나 달콤하게 다가온다.

영화 ‘원스’가 과거의 사랑에 대한 추억이자 그리움의 노래였다면, 영화 ‘비긴어게인’은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한 현재진행형의 사랑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보는 내내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영화 ‘비긴어게인’이었다. 

JTN 임귀연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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