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찰스 디킨스의 동명의 소설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18세기 파리와 런던, 두 도시를 오가며 펼쳐지는 장엄하고 불꽃 같은 한 남자의 사랑과 희생을 다루고 있다.

2012년 초연 이래 그간 류정한, 윤형렬, 카이, 신영숙 등 뮤지컬 계의 쟁쟁한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으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시즌 공연에는 특히 뮤지컬 ‘잭더리퍼’, ‘삼총사’, ‘프랑켄슈타인’ 등을 연출하며 국내 뮤지컬계의 흥행메이커로 정평이 난 왕용범 연출의 지휘 아래 서범석, 한지상, 이건명, 정동하, 소냐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며 뮤지컬 팬들에게 더욱 많은 기대를 모았다.

사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요즘 트렌드나 ‘핫’하다는 작품들의 특징과 다소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고스트’처럼 화려한 볼거리나 깜짝 놀랄 만한 특수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브로드웨이에서 건너 온 라이선스 뮤지컬이긴 하나, 아직까지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는 많이 낯설어 ‘위키드’나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같이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전폭적인 지지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그런 작품도 아니다.

또한 얼마 전 막을 내렸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처럼 파격적인 신선함이나 요즘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스릴러적인 요소도 찾아 볼 수 없다.

언뜻 보면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거는 한 남자의 순애보는 너무 닳고 닳아 진부하고, 너무 뻔해 매력 없어 보이는 소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이 공연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이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는 뮤지컬 팬들도 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고전이라는 텍스트가 가진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이고 진정 어린 메시지와 더불어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해져 오는 깊은 감동과 여운이라는 작품 자체의 힘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한다.

원작 텍스트에 빼어난 서정성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이 작품은 1막과 2막으로 이야기 흐름도 크게 나뉘는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과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서 22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 문학적인 대사와 가사 등의 요소가 어우러져 시종일관 인상적이다.

1막에서는 주요 캐릭터인 ‘시드니 칼튼’, ‘루시 마네뜨’, ‘찰스 다네이’ 세 인물의 삼각관계를 초점으로 맞춰 그들의 우연한 만남과 엇갈리는 사랑, 그리고 사랑에 빠진 ‘시드니 칼튼’의 변화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비관적인데다 예전부터 좀처럼 사랑을 믿지 않던 ‘시드니 칼튼’은 ‘루시 마네뜨’의 아이 같은 순수함, 상냥하고 아름다운 마음씨에 운명처럼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고는 언젠가 그녀를 꼭 행복하게 해주리라는 장대한 결심을 한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때마침 ‘찰스 다네이’와 ‘루시 마네뜨’의 결혼 소식으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좌절돼 버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함없이 그녀의 곁을 지키기로 마음 먹는다.

1막의 하이라이트는 사랑을 느끼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 ‘시드니 칼튼’의 모습으로, 흡사 레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주교의 은총으로 새로운 삶을 결심하는 ‘장발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 이 때의 뮤지컬 넘버 ‘I can’t recall’은 ‘시드니 칼튼’이 처음 겪어보는 사랑의 환희와 설렘, 남자가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구원과도 같은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잘 드러나는 곡이다.

2막은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혼란과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드니 칼튼’이라는 한 남자가 보여주는 숭고한 사랑과 희생을 드러내는데, 그가 보여주는 사랑은 그저 남녀간의 로맨스라기 보다는 이를 한 차원 넘어서는 숭고한 인간애에 가깝다.

특히 ‘시드니 칼튼’과 ‘찰스 다네이’. 그리고 그의 딸 꼬마 ‘루시’가 함께 부르는 ‘Let her be a child’에 이러한 정서가 잘 드러난다. 죽음을 앞에 두고 감옥 안에서 딸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아버지 ‘찰스 다네이’의 진심 어린 마음과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꼬마 ‘루시’에 대한 사랑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시드니 칼튼’의 애틋함이 더해져 관객들에게 무척이나 찡한 감동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은 2012년 초연 이후, 매 해 거듭 공연되며 더욱 더 풍부하고 깊이 있게 변모해왔는데 이전 시즌 작품이랑 비교해볼 때, 이번 공연에서 알게 모르게 두드러지는 변화는 전체적으로 잘 맞춰진 밸런스와 더욱 호소력 있고 설득력 있는 전개에 있다.

이전 시즌에서는 이를테면 2막에서 유독 ‘마담 드파르지’ 역할의 비중이 두드러졌다거나 2막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 공연에는 1막과 2막 간, 그리고 각 캐릭터간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어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이 줄어들고 군더더기가 없어진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 다소 단조롭고 밋밋한 느낌이 들었던 장면들에는 조금 더 과장 섞인 위트와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되었고,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절절하고 호소력 있는 연기가 더해져 더 큰 공감과 설득력을 불어 넣어 주는 등 관객들이 훨씬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시즌 공연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듯한 화려한 캐스팅에 있다. 배우진이 워낙 탄탄하고 밸런스가 뛰어나 어떤 캐스팅의 공연을 만나더라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인데다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존 바사드’ 역의 서영주 배우를 포함해 노련한 베테랑 배우들의 굳건한 떠받침 속에서 모든 배우들이 전체를 위한 하나로서 멋진 호흡을 자랑한다.

여기에 대한민국 모든 남자 뮤지컬 배우들이 한 번쯤 탐낼 정도로 매력적인 ‘시드니 칼튼’ 역할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서범석, 이건명, 한지상 등 최고의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올 여름, 어느 평범한 남자의 가장 위대한 사랑 이야기로 기억될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오는 8월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JTN 임귀연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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