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연극 '오백에 삼십', 눈물과 웃음이 묻어나는 유쾌한 작품

잔뼈굵은 배우들의 개성강한 캐릭터 돋보여

글 : 윤하나 기자   | 입력시간 : 2014-05-13 15:18


잔뼈굵은 배우들의 개성강한 캐릭터 돋보여

[JTN뉴스 윤하나 객원기자]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 만족의 의미로 찾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참 나와 같거나 혹은 내 주변에 있을 법 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위안을 얻고자 찾는 공연도 있다.

생계형 코메디 라는 갸우뚱한 부연 설명을 달고 관객들을 만나는 연극 '오백에 삼십'은 '생계'라는 듣기만 해도 속이 답답해 지는 단어에 '코메디'를 맞물려 놓은, 어딘가 있을법 한 가진 것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실제 공연을 제작한 중독자 엔터테인먼트의 추연수 대표가 처음으로 독립하여 집을 얻을 때 냈던 보증금 오백에 월세 삼십은 지금 서울 하늘 아래선 번번한 집 하나 구하기 힘든 금액이다.

어쩌면 가진 것 없고 어두운 현실이기에 더 나은 내일을 꿈 꿀 수 있었던 지난 날의 희망의 조각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이번 작품은 원작과 연출을 함께 하기에 더욱 완벽한 표현이 가능한 박진영 연출을 만나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손발이 딱 맞는 제작자와 연출가의 찰떡 궁합 만큼이나 극을 빛내주는 것은 이번 작품을 위해 박진영 연출이 만들어 낸 개성강한 캐릭터들이다.

자칫 너무 확연한 색으로 어울리지 않을 법 한 다양한 캐릭터지만 이미 대학로 에서 잔뼈 굵은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각자 버릴 것 없는 매력을 뽐낸다.


연극 '오백에 삼십'은 서울 어느 달 동네 월세 삼십만원 짜리 원룸이 배경이다.

못 배우고 가난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남을 도울 줄 아는 착한 시골청년 '허덕'과 그의 베트남 아내'흐엉', 가진 것이 없어서 더 자격지심을 갖고 아는척을 해대지만 미워할 수 만은 없는 허당 고시생 '배변', 차가운 척 하지만 잔정 많고 왜 인지 밤 마다 술에취해 들어오는 흐엉의 한국어 욕 선생님 '미쓰 조', 그리고 같은 건물에 살지만 아직은 얼굴 한 번 본적없는 옥탑방에 세입자까지.

서로 어려운 사정을 알기에 마음을 주고 옹기종기 모여사는 이 곳에서 어느 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번번히 돈 가진 유세를 떨며 세입자들을 무시했던 주인 아줌마가 살해를 당한 것. 사건 수사를 위해 갑자기 찾아 온 형사 앞에서 저 마다 주인 아줌마와 쌓인 것이 많았던 입주민들은 갑작스레 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본인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각자 고군분투 하는 과정중에 서로의 비밀을 하나씩 들추어내게 된다.

사실 생각없이 웃어 넘길 수 있는 코메디라고 하기에 이 작품은 상당히 어둡다.

가진 것이 없어서 서로 더 애틋할 수 있었던 착한 사람들은 갑자기 닥쳐 온 힘든 상황앞에 서로에게 날을 세운다.

힘드니까 더욱 도와야 한다는 그들 이면엔 옥탑방 세입자처럼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이웃에 대한 무관심도 함께 존재한다.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것 이라고는 본인 밖에 없는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청춘들이기에 어쩔 수 없이 뽑아든 그 칼날이 마치 궁지에 몰린 쥐 마냥 절박해 보여서 마음이 더 무거웠다.

하지만 힘이 들다고 울고 있을 수 만은 없는 것 또한 우리들의 삶이 아니겠는가.

우는날이 있으면 웃는 날이 반드시 오는 것이 인생 이라는 것을 우리는 오늘도 살며 배워가고 있으니까.

착한 사람을 착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어두운 현실 앞에서도 가진 것 없지만 행복 하기를 꿈꾸는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 '오백에 삼십'.

눈물도 웃음도 녹아있는 무대위에 시간들을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쏟아지는 감정들 덕분에 관객들의 지친 마음도 작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JTN 윤하나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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