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이도래 객원기자]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미스터 고'는 야구하는 고릴라를 소재로 한 허영만의 만화를 모티브로 한국 최초 풀 3D에 도전한 작품이다.

중국에서 고아 서커스단을 이끌고 있는 소녀 웨이웨이(서교)와 그녀의 곁을 지켜온 고릴라 링링. 어느 날 링링의 야구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고, 한국 프로야구계의 슈퍼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는 웨이웨이에게 그녀의 할아버지가 남긴 빚 10억을 갚게 해주겠다며 링링을 한국에 데리고 오는 데에 성공한다.

과연 성충수의 기대대로 링링은 4번 타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까?

영화 '미스터 고'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여러 요소를 갖고 있다.

먼저 영화 초반 깜짝 등장한 류현진과 추신수의 인터뷰 장면은 야구팬들에게 선물을 주는 듯 재미를 준다.

또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성동일은 프로야구계의 ‘인간 사냥꾼’으로 통하는 성충수의 역할을 잘 소화해 다소 속물적인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바로 놀라운 기술력이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의 눈을 바라보면 마치 무엇인가를 말하는 듯 진실 돼 보이고, 야구장을 누비며 달릴 땐 진짜 살아있는 고릴라처럼 털 한 올 한 올까지 실감 난다.

김용화 감독이 해외 기술을 빌리지 않고 ‘덱스터 필름’이라는 특수효과 전문 제작회사를 차려 오로지 국산 기술로 만들어낸 것.
 
하지만 영화는 기술력을 더 돋보이게 할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도대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

링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웨이웨이와는 어떻게 교감하는지 또 그들을 데려온 성충수와는 어떠한 사이인지, 캐릭터 간의 관계 구축 없이 이야기가 흘러가 흔히 ‘동물이 나오는 영화’에서 기본적으로 기대했던 감동이 전혀 없다. 

특히 링링과 다른 고릴라와 경쟁구도에서 이어진 야구장에서의 결투 장면은 CG 기술을 뽐내기 위해 삽입된 장면이라고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미녀는 괴로워’를 보며 느꼈던 공감이나 ‘국가대표’를 통해 얻었던 교훈과 감동은 찾아볼 수 없고 엉성한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간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 영화의 중국 진출이 화제가 됐으나 국내 흥행에서는 다소 저조한 영화 ‘미스터 고’는 개봉 2주차 100만 관객을 겨우 넘겼다. 132분. 12세 관람가.

JTN 이도래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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