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단절된 두 남녀의 소통과 치유를 통해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JTN뉴스 서영희 객원기자]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과 캐릭터 설정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창작 뮤지컬 ‘뮤직박스’가 지난 4일부터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뮤직박스’는 어린 시절 상처를 안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장난감 디자이너 민석과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정체성을 잃고 장난감처럼 살아가는 아이돌 가수 하나가 만나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뮤지컬.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어머니마저 병으로 잃은 민석은 세상과 단절된 채 외톨이로 살아간다. 어른이 되어서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뮤직박스의 자장가를 들어야 잠을 잘 수 있는 민석에게 장난감은 유일한 친구였다. 장난감 디자이너가 된 민석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동화 속 캐릭터마다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다.

폐쇄 공포증으로 램프를 무서워하는 덩치 큰 지니, CPU를 머리에 꽂은 허수아비, 은색 망토를 두르고 은으로 입술을 칠한 백설공주, 시계를 11시 59분에 맞춰놓은 신데렐라, 거짓말 탐지기를 차고 있는 피노키오까지 각각의 캐릭터는 민석의 친구이자 또 다른 자아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어느 날 민석은 아이돌 가수 '하나'의 피규어 제작을 의뢰 받는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어머니의 목소리와 닮은 그녀의 노래를 듣자 마음이 바뀐다. 하지만 하나 매니저의 실수로 뮤직박스가 부서지고, 매일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민석은 하나의 목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그녀를 납치한다.

장난감처럼 살아왔던 하나에게 민석은 살아있는 장난감 세상을 구경시켜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하나도 엄마처럼 자신을 떠날 거라는 두려움에 그녀를 영원히 소유하려고 한다.

민석이 하나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급작스런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은 다소 아쉽다. 자신의 트라우마 때문에 초원을 장난감으로 만드는 설정과 무대 장치는 마치 사이코 스릴러를 방불케 하고 장난감 이야기 속 판타지를 즐기던 관객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반전은 아니었을지.

이런 극단적인 결말에도 ‘뮤직박스’가 판타지 뮤지컬로 손색이 없는 이유는 바로 무대 장치와 연출이다.

환상적인 장난감 공방을 장식한 크고 작은 태엽들. 수많은 시계와 소품들로 채워진 무대는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상심한 하나를 위한 장난감 세계에서의 흥겨운 카니발 축제와 조명까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귀에 쏙쏙 박히는 넘버들과 남녀 주인공의 앙상블 또한 뮤직박스의 강점이다.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공식 참가작으로 주인공을 맡아 딤프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김수용의 애절한 독백은 좌중을 앞도 하고, 윤초원의 맑고 고운 목소리와 어우러져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장난감에 의지해서 살아온 민석과 대중의 장난감처럼 살아온 하나가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순간은 관객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2009년 CJ영페스티벌 우수창작상으로 선정된 이후 3년 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대중 앞에 선 ‘뮤직박스’는 오는 9월 1일까지 공연된다.

JTN 서영희 문화 객원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jtn.co.kr

<ⓒ 1+α 문화미디어 JTN NEWS(www.jtn.co.kr) 무단전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