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저씨'의 한 장면. ⓒJTN NEWS

'시''하녀' 등 해외수상작 풍성...남성 투톱영화 열풍은 '여전'

[JTN뉴스] 2010년 한해 한국영화계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골고루 갖춘 작품들이 많이 나와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매년 1,2편꼴로 나오던 천만 관객 영화, 소위 '대박'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중박'이라 일컬을 만한 '아저씨''의형제''이끼' 등 관객들로부터 호평 받은 영화들이 다수 나와 춘추전국시대를 이뤘고, 3D로 중무장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공세도 이어졌다.

'톱스타 원빈의 재발견'을 이끈 '아저씨'는 62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연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원빈 외에는 이렇다 할 스타 나오지도 않았는데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 그리고 OST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에 올해 충무로 관계자들 사이에는 "스타보다는 작품"이라는 확실한 교훈이 새겨지기도 했다.

◆ 세계에서 더 인정받는 한국영화

무엇보다 올해 한국영화계의 성과라고 하면 이창동 감독의 '시', 임상수 감독의 '하녀' 등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시'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하녀' 역시 시네마닐라국제영화제와 필름프롬더사우스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 등을 차지했다.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역시 미국 판타스틱페스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도쿄필멕스 등 경쟁부문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됐던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가 마라케쉬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데 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초능력자'에서 호흡 맞춘 고수(왼쪽)와 강동원. ⓒJTN NEWS [사진=유승관 기자]

'의형제''악마를 보았다''부당거래''초능력자''황해'의 공통점은?

바로 투톱 남자배우들이 나온 영화라는 점이다. 올해 약 546만명을 동원하면 박스오피스 3위에 랭크된 '의형제'는 송강호와 강동원, '악마를 보았다'(감독 김지운)는 이병헌과 최민식, '부당거래'(감독 류승완)은 황정민과 류승범, '초능력자'(감독 김민석)은 강동원과 고수,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황해'(감독 나홍진)는 하정우와 김윤석을 두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행에 성공한 케이스들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경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사생결단''추격자''영화는 영화다' 등 몇해 전부터 한국영화계를 거의 잠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스릴러의 강세 속에 거친 남성미를 표방한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에 외모와 연기력을 골고루 갖춘 남자배우들이 서로 짝을 이루며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분석이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JTN NEWS

올해는 특히 등급에 있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해라 할 수 있다. 올해 100만 관객을 넘긴 21편의 영화중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10편, 15세관람가는 7편, 12세관람가는 4편이라는 재미있는 통계가 나왔다.

보다 많은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 편집실에서 가위질을 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올드보이''추격자''아저씨' 등의 예처럼 청소년관람불가라도 재미있고 작품성만 있다면 흥행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방자전' 같은 에로틱 사극도 인기였지만, 앞서 말한 스릴러 장르가 특히 강세인 한국영화에서 잔인성과 폭력성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그렇다면 올해 가장 잔혹했던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악마를 보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이민정. ⓒJTN NEWS [사진=유승관 기자]

그렇다고 가슴이 훈훈해지는 영화들이 안 나온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시라노; 연애조작단'(감독 김현석)으로 지난 추석 때 개봉해 무려 27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송새벽, 류현경 등 젊은 배우들을 총출동시킨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언제부턴가 대작 액션이나 스릴러물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던 로맨스 장르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 넣어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이에 힘입어 공유-임수정 주연의 '김종욱 찾기'(감독 장유정), 이선균-최강희 주연이 '쩨쩨한 로맨스'(감독 김정훈) 등이 연이어 개봉해 연말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최고의 한해를 보낸 송새벽. ⓒJTN NEWS [사진=유승관 기자]

'하녀'의 윤여정, '방자전'의 송새벽, '이끼'의 유해진 등.

주연은 아니지만 주연보다 더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배우들이다. 40여년 전, 고(故) 김기영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올 한해동안 열린 모든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석원하는가 하면, 시체스국제영화제와 시네마닐라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고전을 비튼 해학으로 흥행에 성공한 '방자전'의 송새벽 역시 최고의 한해를 보낸 것은 마찬가지. 김주혁, 류승범 등 쟁쟁한 스타들이 등장한 이 영화에서 그는 어수룩한 '변학도'를 연기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뿐만 아니라 부일상, 영평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대종상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신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관객과 평단을 모두 홀린(?) 유일한 배우이기도 하다.

유해진 역시 '이끼'에서 신들린 분노 연기로 주연보다 더 주목받는 조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 역시 대한민국영화대상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4년 만에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현화영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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