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향(Volver, 2006) -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

- 얘 아가, 네 가슴이 원래 그렇게 컸니?
- 네, 어렸을 때부터요.

모래바람이 거칠게 불어오고 사람들은 무덤가에 모여 비석을 청소합니다. 그녀의 부모도 3년 전 바람에 의한 산불로 세상을 떠났지요. 사람들은 “그 망할 바람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원망합니다. 이곳은 그녀가 태어난 곳이자 풍문과 광란과 죽음의 땅. 바람은 너무 많고, 척박한 땅은 점차 자리를 잃어갑니다.

이제 바람은 딸들을 겁탈하고 추방합니다. 그것은 동생이기도 한 그녀의 딸을 태어나게 했고, 딸은 자신의 남편에 의해 또다시 휩쓸려가려 합니다. 그리하여 그녀들은 강인하고 냉혹해집니다. 누구도 의지하지 않고 꿋꿋이 그것을 버텨냅니다. 미쳐 날뛰는 욕망의 바람을 온몸으로 견뎌냅니다. 

그런데 죽은 그녀의 엄마가 살아 돌아옵니다. 오해는 풍문 같아서 그녀는 끝내 엄마와 냉담하게 지냈었지요. 그러나 불현듯 바람처럼 나타난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의 가슴은 와르르 무너집니다. 일순 공백은 무색해지고, 엄마는 딸에게 언제 그렇게 가슴이 컸냐며 농담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마침내 완전히 귀향합니다. 그녀들의 살아있는 몸, 그 자체가 바로 신전이므로.

김선우 시인은 “사랑의 힘이 아니라면 오늘이 어떻게 목숨의 벽을 넘겠나”라고 말했지요. 그녀들의 연대의 힘이 아니라면 이곳은 그저 풍문의 땅으로 머물고 말았을 거예요. 그녀에서 그녀로 이어지는 절절한 생명력은 오늘도 메마른 땅에 풀을 돋게 하고 꽃을 피게 합니다. 바람은 꽃으로 맞서는 거예요. 가슴에서 불쑥 솟아난 단단한 젖의 힘, 붉게 망울진 촉촉한 꽃봉오리의 향기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필름포럼’에서 오는 18일까지 ‘스페인 영화제’가 열리며, ‘페드로 알모도바르 특별전’도 상영됩니다.

권선혜 book@jtn.co.kr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jtn.co.kr

<ⓒ 1+α 문화미디어 JTN NEWS(www.jtn.co.kr) 무단전재&배포 금지>